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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와 함께 한 삶

홍종락 저, ‘루이스의 인생 책방’을 읽고

루이스의 작품을 여러 권 읽어 본 사람이라면 이종태, 강유나, 홍종락, 이 세 번역자 이름에 친숙할 것이다. 이 책은 홍종락 번역가의 저서다. 루이스의 저작들을 읽고 연구하고 번역하며 얻은 깊고 풍성한 통찰과 그것들이 저자의 인생을 관통하며 남긴 고유한 흔적들이 편안한 문체로 쓰여 있다. 

루이스와 홍종락, 이 두 이름에 대한 신뢰가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제목이 모호했다. 일견에는 루이스에게 영향을 준 책들을 소개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루이스가 아니라 홍종락에게 영향을 준 여러 루이스 책들을 직간접적으로 소개한 글들의 모음이었다. 참고로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모두 '개혁신앙'에 이미 연재된 적이 있다. 제목 '루이스의 인생 책방'은 루이스 인생이 아닌 홍종락 인생에 깃든 루이스의 저작들이 꽂힌 책방인 것이다.

1부는 이 책에서 가장 개인적인 글쓰기를 선보인다. 루이스의 여러 저작들이 군데군데 인용되며, 저자와 함께 호흡한 특정한 시공간에서 길어낸 고유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인용된 루이스 저작을 읽지 않은 독자라도 별 어려움 없이 일곱 편의 에세이로 읽을 수 있다. 일상과 신앙에서의 저자의 통찰 또한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2부 역시 1부와 마찬가지로 일곱 편의 글을 싣고 있는데, 루이스의 여덟 작품을 다룬다. 서평이나 해설이라기보다는 작품 주제와 저자가 생각하는 방점을 중심으로 작품을 소개하는 글들이다. 여기에서 다뤄지는 작품 중 절반을 읽은 내게는 다시 그 작품들을 회고하는 시간이 되었고,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이번에 제대로 파악하는 기회도 되었다. 특히 '이야기에 관하여'라는 작품을 다루는 두 번째 꼭지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의 오마주로 쓰였는데, 내겐 가장 인상적이었다. 사탄의 관점을 빌려 기독교와 기독교인들을 상대화하고 객관화하는 신선한 관점 전환은 작품 소개에 탁월하다는 생각이다 (다른 작품들도 이런 형식으로 소개한다면 꽤 매력적일 것 같다).

3부는 루이스 작품을 함께 읽어나가는 독서모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한다. 작품에 대한 짤막한 소개글과 함께 여러 토론 주제와 생각해 볼 만한 질문들이 적혀 있다. 루이스를 읽어 보려고 이제 막 시도 하려는 독자들이 있다면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총 아홉 작품에 대한 가이드가 담겨 있는데, 나는 이미 다 읽은 책들이라 아직 이 아홉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들이 부러워진다. 이 책을 가이드 삼아 읽으면 내가 혼자 읽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해한 것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저자가 루이스 번역가 혹은 연구자이기보다 루이스를 먼저 읽은 선배 독자로 느껴졌다. 이 책은 루이스 연구서가 아닌 루이스로 인해 변한, 그리고 루이스와 함께 수십 년의 삶을 살아온 저자의 마음과 생각을 잘 담아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루이스의 덕을 꽤 본 독자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 언젠가 이 부분에 관해 글을 한 번 써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 루이스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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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인간 폐지: https://rtmodel.tistory.com/1662
17. 책 읽는 삶: https://rtmodel.tistory.com/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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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루이스의 인생 책방 (by 홍종락): https://rtmodel.tistory.com/1845

#비아토르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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