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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독일 현대철학_’위르겐 하머바스의 의사소통 행위 이론과 생활세계 식민화’를 읽고
식민화에 저항하기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행위 이론은 근대적 의식철학, 즉 주체와 객체의 명확한 구분을 전제한 근본 구도를 넘어서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행위의 모델로 삼는 패러다임이다. 주체와 객체의 구분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모든 행위를 도구적 행위로 환원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가지는 데 반하여 하버마스의 이론은 도구적 행위로 환원될 수 없는 의사소통 행위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의의를 가진다. 인간은 타자를 도구화하기도 하지만 타자의 타자성을 인정하며 서로 소통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소통은 개인의 목적을 성취하는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공동의 합의를 성취하고 서로의 행위를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하버마스는 근대적 기획을 모두 부인하지 않는다. 본래적인 근대의 기획은 포괄적 이성의 실현을 지향하는 것이었지만, 자본주의적인 일면적 근대화로 인해 의사소통 이성이 파괴되고 도구적 이성이 지배하게 되는 현상이 벌어졌다는 게 바로 하버마스의 진단이다. 즉 하버마스의 이론은 근대적 의식철학의 한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자본주의의 등장과 그 폐해를 입은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적 진단이다.
그 비판적 진단은 '생활세계 식민화'라는 표현으로 함축된다. 생활세계를 이루는 가족, 학교, 문화 영역들이 체제를 상징하는 화폐나 권력 같은 매체들을 통해 재정의되면서 생활세계의 질서가 교란되고 물화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이다. 이 생활세계 식민화를 통해 나타나는 현대적 병리 현상들은 근대적 계몽의 한계이기도 한데, 하버마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의 민주주의' 이론을 제안한다.
'토의 민주주의'는 활성화되고 성숙된 시민사회의 공론과 제도화된 의회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발전되는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고 생활세계 식민화를 극복할 수 있으며 생활세계와 체계 사이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버마스의 철학은 인간의 본성 중에서도 도스토옙스키가 발골해 낸 '이율배반성'이 전제되어 있다고 보인다. 인간에겐 타자를 도구화하는 악한 습성도 있지만 상호 소통하며 공동의 유익을 좇는 선한 습성도 존재한다는 점을 하버마스가 직시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하나의 이론으로 모든 걸 설명하려는 태도는 한계를 지니게 마련이며 정치적일 수밖에 없고 권력욕과 지배욕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율배반성에 기초한 철학은 이런 점에서 인간의 본성을 잘 반영한 결과인 것이다.
또한 '생활세계 식민화'로 함축되는 하버마스의 시대 진단은 사회를 체계와 생활세계라는 두 가지 층위에서 파악한 결과인데, 이 역시 인간이 만든 사회를 하나의 색으로만 파악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좀 더 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직시한 열매로 보인다. 두 차원이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의존적이라는 가정, 그리고 한 차원이 다른 차원을 교란시키고 식민화시키는 현상의 관찰은 하버마스의 관점이 편향되지 않았다는 증거이지 않을까 싶다. 특히 체계의 눈으로 생활세계의 요소들을 재정의함으로써 생활세계의 질서를 파괴한다는 해석에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확하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게 상품화되고 돈으로 환원할 수 있는 가치로 도배되고 있는 이 시대를 먼저 본 선구자 중 하나가 하버마스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나는 조금 더 관념적일지도 모르지만, 돈으로 환원되지 않는 가치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짐을 느꼈다. 하버마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활세계 식민화에 거세게 저항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이런 마음을 먹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시대의 조류에 상당 부분 굴복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굴복하고 있다는 현실이 슬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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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녘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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