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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독일 현대철학_’악셀 호네트의 인정 이론과 병리적 사회비판’을 읽고

인정과 무시, 개인과 사회

인정과 무시. 철학보다는 심리학에 가까운 개념들을 철학적으로 정리하여 자신만의 이론을 정립한 악셀 호네트. 그는 하버마스의 제자인 동시에 스승을 뛰어넘은 제자였다. 스승인 하버마스가 프랑크푸르트학파 2세대를 대표했다면, 호네트는 2세대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세우며 3세대를 주도했다. 하버마스의 '생활세계 식민화' 테제는 프랑크푸르트학파 1세대를 대표했던 '계몽의 변증법'이 남긴 도구적 합리성이 야기한 현대사회의 야만적 모습을 토의 민주주의 방법으로 극복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생활세계가 체제에 의한 왜곡을 넘어 자기 합리화 과정을 밟게 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의 합리성이 훼손될 때 사회구성원들이 어떤 사회적 불의를 경험하게 되는지, 그리고 이 경험이 왜 사회변혁을 위한 저항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하버마스가 제안한,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는 의사소통적 합리성은 정작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 패턴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다. 호네트의 '인정 이론'은 바로 이러한 결핍과 균열로부터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인정 이론의 핵심 주장은 이것이다. 인정이 개인의 자아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조건이라는 것, 반대로 무시란 개인의 자아실현을 불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인정관계 형성을 위한 투쟁의 계기가 된다는 것. 호네트는 인정과 무시라는 두 개념을 통해 사회적으로 억압받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사회적 불의에 대한 울분을 사회적 저항과 연결시키려고 했다. 호네트의 철학은 하버마스의 철학에서 다루지 못했던 사람의 심리를 적극 활용하여 개인과 사회를 연결시킨 철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개인의 정서, 위로와 치유 정도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조건을 필수로 영입하여 하나의 관점을 형성했기 때문에 이 이론은 심리학이 아닌 철학이 되었다.  

인정과 무시의 의미를 인간의 현존성, 동등성, 특수성으로 설명하는 부분은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되었다. 인정과 무시 사이의 대립적인 관계에 대해서도 개인을 넘어 사회와의 연계의 시선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또한 목적격 자아와 주격 자아와의 화해에 대한 설명에서는 헤세의 작품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황야의 늑대'가 이 부분을 잘 대변해 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네트의 인정 이론이 철학인 이유는 심리학이나 문학을 넘어 사회적 조건을 중요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적 인정이 성공적 자아실현의 조건이라고 밝히고 있다. 자신감, 자존감, 자긍심, 이 세 가지 긍정적 자기의식은 사회적인 경험으로 취할 수 있다는 설명에서는 고개를 충분히 끄덕일 수 있었다. 나아가 인정투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사회구성원들이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한 채 무시로 고통당하는 병리적 사회에 대한 우려 역시 공감할 수 있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좀 더 깊고 풍성하게 이해되는 시간이었다.  

지난 6개월간 총 12명의 독일 현대 철학자들을 훑었다. 7월은 한 달 쉬고, 8월부터는 프랑스 현대 철학자들을 훑을 예정이다.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될 때가 많고, 이해가 된다고 해도 그것의 효용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될 때도 많으며, 다른 일에 치여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때도 많았다. 그러나 이런 보이지 않는 내공 쌓기에 꾸준히 시간을 들여야 깊이를 가지게 됨을 나는 믿는다. 나는 눈이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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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녘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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