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대중서: 세포처럼 나이 들 수 있다면시기가 흉흉하나 일상의 시계는 오늘도 돌아갑니다. 생각의힘 출판사에서 또 하나의 과학대중서가 곧 출간됩니다. 탄생, 노화, 다양성을 이해하는 발생생물학 수업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입니다. 저의 네 번째 저서이기도 합니다. 인쇄와 제본을 모두 마치고 다음주 중에 서점에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출판사의 제안에 따른 띠지에 들어간 사진이나 철학하는 과학자라는 표현이 아직 저에겐 부끄럽게 느껴지지만, 책은 신뢰성과 상품성이 중요하다는 말에 출판사의 제안을 따랐습니다. 잘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에 구매 가능하게 되면 조금 더 상세한 정보와 함께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스토옙스키와 헤세마흔이 다 되어 갈 무렵 다시 시작된 나의 독서 여정의 출발점은 헤세였다. 유리알 유희를 마지막으로 현대문학에서 출간한 헤세 선집을 모두 읽었을 때 느꼈던 감격은 잊지 못할 추억이다. 이후 나는 한 작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읽어 내려가는 방식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이 되었고, 헤세 다음으로 읽을 작가를 선별했었다. 그러다가 걸린 작가가 도스토옙스키였다. 나는 그 당시 도스토옙스키가 헤세보다 더 어렵고 두꺼운 작품들을 많이 썼다는 사실을 대충 들어 알고 있었는데 바로 그 점이 어떤 도전감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대표작이라 부르는 5대 장편만이라도 먼저 읽어 보자고 다짐했었다. '죄와 벌'로 시작해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로 5대 장편을 마쳤을 때 느꼈던 감격 또한 지금도 생생하다. 나..
읽기와 쓰기 업데이트1. ‘세포처럼 나이 들 수 있다면 - 발생과 노화, 다양성을 이해하는 발생생물학 수업‘이라는 과학대중서가 생각의힘 출판사에서 12월 10일 즈음 출간될 예정이다. 네 번째 저서다. 요즘 핫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셀러, ‘찬란한 멸종’의 저자 이정모 관장님이 추천사를 써주신다고 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정말 영광이다. 어제 표지 시안을 받았다. 맘에 들었다. 내 사진이 띠지에 조그맣게 들어간다는 점만 빼면. 그러나 책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다고 해서 사진을 싣자는 편집자의 제안에 동의하고 말았다. 책은 상품의 정체성도 분명히 띠기 때문이다. 부디 많이 읽히고 많이 팔리면 좋겠다. 2. 나의 대학/대학원생 시절의 이야기에 허구를 넣어 각색한 팩션, 기초과학자가 어떻게 길러지는지 대한..

다시 헤세: 헤세 다시 읽기마흔 무렵 재개된 나의 문학 읽기의 출발은 헤세였다. 중학생 시절에도 그랬다. 추리소설만 탐닉하다가 순수문학으로 전향한 출발점이 헤세의 ‘데미안’이었다. 같은 작품을 시기를 달리 하여 읽는 맛은 오직 경험한 자만이 아는 은밀한 유희다.작년 9월부터 쉬지 않고 매달 모이고 있는 독서모임 ’도스토옙스키와 저녁식사를‘ 덕분에 미국에서 혼자 끙끙대며 읽었던 도스토옙스키 작품들을 재독 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한 번 읽기도 쉽지 않은 도스토옙스키라는 거대한 산을 두 번이나 넘는 이 과업은 정말 인생에서 길이 남을 멋진 추억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실 이 독서모임은 나 혼자선 감히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김관장님과의 운명적인 만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연으로 찾아왔..
병렬독서 vs. 한권독서나는 '한 우물 파기'의 신화를 믿지 않는다. 만약 그 말이 다양성을 배제하는 뜻으로 쓰인다면 말이다. 오히려 나는 한 번뿐인 인생을 살면서 여러 우물을 파는 시도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남들보다 높고 빠른 삶이 아닌 풍성한 삶을 지향하기 때문이다.나는 '한 우물 파기'를 이렇게 받아들인다. 자신이 선택한 한 우물을 팔 땐 선택하지 않은 다른 우물을 더 이상 마음에 두지 않고 집중해서 그 우물을 파야 한다고. 전체가 아닌 부분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건 우리가 유한한 인간이라는 사실이 전제되어 있다. 어차피 몸이 하나이자 손이 두 개인 우리는 여러 우물을 동시에 팔 수도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내게 '한 우물 파기'는 여러 우물을 파는 시도를 하면서 그중 어느 한..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으로 인해 여전히 가슴이 뜁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소설가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예전에 썼던 한강 작가와 정유정 작가를 비교대조한 글을 소환합니다. 묘사와 서사의 차이를 알 수 있는 글입니다.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읽으시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정유정과 한강: 서사와 묘사 서사가 강한 소설이 있는가 하면, 묘사가 강한 소설이 있다. 한국 현대 작가 중엔 정유정이 전자에 해당하고, 한강이 후자에 해당한다. 두 작가의 작품을 비교하는 건 흥미롭다. 개인의 취향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겐 후자의 작품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묘사의 미학은 어떤 소설이 고전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꼭 필요한 속성이라는 생각도 한다. 정유정 작가의 작품은 ‘진이, 지니’를 빼고는 ..
창조의 시작, Something: 작가 노트글쓰기는 창조 활동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창조는 아니다. 글쓰기의 시작은 일반적으로 무가 아닌 유다. Nothing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something에서 시작한다는 말이다. 어떤 단어나 문장, 혹은 어떤 그림이나 자연 풍경 등이 발단이 되어 연쇄적인 텍스트들이 작가 내면에서 쏟아져 나올 때 글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글쓰기를 위해서는, 혹은 글쓰기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깊고 풍성한, 그리고 지속적인 읽기가 수반되어야 한다.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처럼, 단조로운 읽기는 단조로운 쓰기를, 얕은 읽기는 얕은 쓰기를 제조해 낸다. 단조롭고 얕은 글쓰기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본인이 쓴 문장을 어떻게든 아름답게..
작가: 읽고 쓰는 삶을 사는 자편집자로부터 어제 바로 피드백을 받았다. 낯선 시선은 언제나 내가 쓴 글에 잠겨 무감각해졌던 나를 깨워 일으키고 객관적인 눈을 회복시킨다. 애정을 가진 첫 독자의 입김은 저자가 가장 귀 기울여야 하는 소리다. 편집자의 제안을 경청하니 나만의 텍스트로 엉성하게 구축되었던 숲의 윤곽이 비로소 체계적으로 보였다. 저자는 프로토타입의 몸을 창조해 내고 편집자는 그것을 개량해서 옷을 입힌다. 그렇게 글은 책이 된다.요청받은 글, 마감이 정해진 글을 학창 시절 숙제처럼 여겼던 나는 과거의 나다. 한때 부담으로 여기던 글쓰기 숙제가 이젠 기다려지고 즐기게 된다. 노예라고 불려도 상관없다. 충실한 노예, 즐기는 노예가 되리라. 읽고 쓰는 삶이 일상 깊숙한 곳으로 자리 잡아 그것을 하지 않..
글쓰기에서 '무거운 것'글쓰기에 남다른 뜻이 있어 글쓰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이들 중 다음과 같이 막연한 믿음을 갖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을 때 쓰면서 쓰는 만큼 필력도 빠른 속도로 향상될 거라 믿는 믿음 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만, 당신이 타고난 글쟁이가 아닌 한 그 나이브한 믿음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물론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한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총알이 다 떨어진 총을 들고 제자리에 서 있는 사람처럼 허탈함으로 가득 찬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해 보지도 않고 글쓰기는 어렵다는 둥, 내가 뭐라고 글쓰기에 도전했냐는 둥, 이런저런 이유를 들이대며 글쓰기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왕왕 있을 것이다. 글쓰기 ..
**그동안 제가 쓴 감상문으로 단 한 번이라도 도움을 받으셨던 분들은 기념으로 댓글 하나 남겨주세요~** 365: #김영웅의책과일상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무엇인가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좋아한다.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서 이것 저것 따지는 것보다 현장에 나가 직접 발로 뛰는 걸 좋아한다. 그래야 살아 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랬던 내가 언젠가부터 읽고 쓰는 사람이 되었다. 읽고 쓰지 않으면 금단현상이 나타날 정도의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티 안 내고 가만히 읽고 가만히 쓸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살아 있다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이 읽은 것을 글로 써 내는 것이었다. 독후감상문을 지속해서 썼고, 페북과 브런치에도 ..
인간은 동물입니다. 그러나 과연 인간이 아닌 동물과 비교할 때 인간은 정말 우월한 걸까요? 생물학적으로 볼 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분명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이 느끼는 우월성은 인식론적 폭력이라고 해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대답이 아닐까 합니다. 과신대애서 동물을 주제로 다루는 9월호 과신뷰에 부탁을 받고 쓴 글이 공개되었습니다. 인간과 동물, 그리고 인간이 아닌 동물 사이를 여러분은 어떤 관점으로 보고 계신가요? 인간 중심적인 관점에 치우쳐 있지는 않은지 이 글을 한 번 읽어 보시면서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https://www.scitheo.or.kr/column/?idx=99814964&bmode=view&fbclid=IwZXh0bgNhZW0CMTEAAR2VS3f-BPy3p5NeD_c-Sga3..
아마추어 문학도가 읽고, 다시 읽고, 함께 읽는 도스토옙스키'도스토옙스키와 저녁식사를' 독서모임이 이번 달로 일주년을 맞이한다. 놀랍게도 매달 열 명 안팎으로 어김없이 모였다. 지난 열두 달간 우린 도스토옙스키의 열 작품을 출간 순으로 읽었다. 초기작으로 '가난한 사람들', '분신', '백야 외'를, 중기작으로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 '상처받은 사람들', '죽음의 집의 기록', '지하로부터의 수기', '악어 외'를, 후기작으로 '죄와 벌', '노름꾼'을 함께 읽고 나누었다. 다음 주 목요일 (9월 12일)에 있을 일주년 모임에서는 '백치'를 함께 읽고 나눈다. '지하로부터의 수기'의 열린책들 버전 번역자인 계동준 교수님이 게스트로 참석하셔서 러시아문학 전공자의 연륜을 나눠주실 예정이다. 앞으로 남..
절박함의 정체 경미해서 다행이었지만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던 기억.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뇌경색으로 잠시 졸도한 적이 있었다. 마침 곁에 있던 아내의 도움으로 그 순간을 무사하게 지나칠 수 있었지만, 그날의 기억은 내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24시간 두통과 편두통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 생각한 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머릿속은 무엇을 말하라고 하는데 내 입은 그 명령을 거역하고 엉뚱한 단어들을 더듬더듬 내뱉고 있었다. 답답했다. 입을 다물기로 했다. 표정과 몸짓으로 말하는 게 더 정확했다. 졸도하기 직전의 그 몇십 분. 언어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지 못하는 언어가 무슨 의미를 갖겠는가. 이게 끝인가 싶었다. 아찔한 순간이었..
충만을 향한 결핍나는 독서가다. 평일엔 기껏해야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책을 읽을 수 있을 뿐이지만, 나는 늘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어딜 가든 내 가방엔 책이 한두 권이 들어 있다. 짬이 나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하지 않고 책을 읽는다. 그래서일까. 나는 방랑자이기도 하다. 책을 읽을 때면 움켜쥘 수 있는 글, 문장, 혹은 단어를 나는 늘 찾아 헤맨다. 그것들을 발굴하기 위해 독서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찾아내지 못한 독서에서는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는다. 충만을 향한 여정에서도 나는 더 자주 결핍을 맛보는 것이다. 닿을 듯 말 듯한 그 아슬아슬함. 이것이 독서를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이고, 독서의 참 묘미가 아닐까 한다.
수치와 죄책과 글쓰기 수치와 죄책은 주머니 안의 송곳과 같아서 일상의 사소한 바람에도 강한 화학작용을 일으켜 종종 분노로 표출되곤 한다. 잘 숨겨오던 것들이 와해된 통제력을 뚫고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순간이다. 숨겨진 자아는 고요한 게 아니었다. 그 억눌린 감정은 어떤 방식으로든 송곳처럼 주머니를 뚫고 나오는 법이다. 불행한 건 자주 그 대상이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일 때가 많다는 점인데, 이때가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그러나 그 상황보다 더 중요한 시기는 그 이후다. 왜 스스로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을까 자책하는 마음이 아니라 앞으로는 오랫동안 억눌린 감정과 생각을 건강하게 표현하며 위로와 치유를 경험하려는 시도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가 시한폭탄이 되어가는 건 시간문제다. 기억하라. 사랑하..
투고 브릭에서 21주간 성황리에 연재했던, 저의 대학생, 대학원생 시절의 이야기를 팩트 40, 픽션 60 정도로 버무려 쓴 ‘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이라는 제목의 팩션을 정리해서 투고했습니다. 투고는 처음이라 어리둥절합니다. 몇몇 자료를 찾아 보니 적어도 백 군데 이상은 보내 봐야 한 군데 될까 말까 한다고 하네요. 일단 서른 군데 보냈습니다. 정말 출판사가 우리나라에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큰 출판사 위주로 보냈기 때문에 안 될 확률이 높겠지요. 그래도 이게 수순인 것 같아서 밑져야 본전이니 그냥 질렀습니다. 한 달 뒤엔 또 다른 중소형 출판사들에게 보낼 작정입니다. 이렇게 서너 번 반복하면 저도 백 군데 정도 투고하는 셈이겠네요. 한 편의 글과 한 권의 책의 차이를 이번에 조금 더 실..
지키려고 늘 애쓰는 글쓰기의 원칙1. Personal but not private개인적이나 사적이지 않게>>> 아무도 당신의 사적인 일과에 관심 없다. 그러나 사적인 차원을 넘어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생각과 감정을 건드리는 글이 되어야 한다.2. Authentic but not too serious진정성 있으나 너무 진지하지 않게>>> 자기만의 고유한 목소리를 내되 불필요하게 무거워지면 그 글은 읽히지 않는다. 절제가 필요한 이유다.3. Simple but not aphoristic 단순하나 아포리즘이 아니게>>> 단문을 선호한다. 미사여구 없는 간결한 문장을 선호한다. 그러나 그것이 경솔한 경구처럼 보이면 그것 역시 가면이다. 거짓겸양은 교만의 다른 이름이며 글이 그런 것을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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