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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 우리의 길

정여울 저, ‘헤세로 가는 길’을 읽고

 

개별적인 모든 상황 속에는 보편성이 숨어 있다. 우리가 낯선 타자의 이야기에도 공감할 수 있는 이유다.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는 그 무엇. 같은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여울이 걸은 헤세로 가는 길은 개별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 정여울이라는 고유한 개별자가 걸은 길이기도 하지만, 한 인간이 걸은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관찰, 성찰, 통찰이 작가를 통과하면 글을 남긴다. 그 글은 가끔 독자를 관통하며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아주 가끔 그 생채기는 독자의 생각과 마음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기어이 독자를 움직이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 독자가 작가일 경우엔 또 하나의 글이 탄생하게 된다.

이 책은 독자 정여울이 읽은 헤세의 글들이 작가 정여울의 고유한 삶의 맥락을 통과하며 낳은 감상과 해석이다. 그녀는 헤세가 살았던 공간, 독일과 스위스,를 답사하며 헤세의 흔적을 좇는다. 문자만이 아닌 그 문자들이 작가 헤세를 관통하며 재배열하여 한 편의 글로 재탄생되었던 바로 그 공간에서 그녀는 그녀만의 감상과 해석을 이 책에 담아냈다. 의미야 부여하기 나름일 수 있지만, 헤세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에서, 게다가 그의 작품이 탄생된 바로 공간에서 그의 글을 다시 읽고 해석하며 나름의 글을 써냈다는 것. 헤세로 가는 나름대로의 길을 걸었던 나에겐 이 사실은 이 책을 읽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어주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와 3부는 독일과 스위스에서 헤세의 발자취를 좇으며 남긴 정여울의 단편적인 감상을 담고 있다.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은 그녀의 감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1, 3부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감성적인 에세이 형식을 따르고 있다면, 2부는 전문가적인 서평 형식을 따르고 있다. 독일문학 전공자다운 정여울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비교적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헤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네 작품, ’수레바퀴 아래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데미안‘, 그리고 ’싯다르타‘에 대한 정여울만의 해석을 엿볼 수 있다. 참고로, 네 작품에 대한 해석의 공통적인 열쇠는 융의 정신분석학이다. 융을 읽어본 독자라면 공감과 이해에 훨씬 수월할 것이다.

 

나는 도스토옙스키의 이차 자료를 석영중을 통해 접하고 도스토옙스키를 더욱 깊고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는 정여울을 통해 헤세를 재방문할 수 있었고 그를 더욱 깊고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다양한 해석의 만남은 언제나 독자를 더 넓은 지경으로 이끈다. 이 글을 포함한 나의 감상문이나 여러 단편적인 글들도 누군가에겐 도우미이자 길잡이가 되길 소망해 본다. 나의 길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길로 확장될 수 있길 소망해 본다.

 

* 헤세 읽기
1. 수레바퀴 밑에: https://rtmodel.tistory.com/449
2. 싯다르타: https://rtmodel.tistory.com/453
3. 게르트루트: https://rtmodel.tistory.com/463
4. 페터 카멘친트: https://rtmodel.tistory.com/468
5. 황야의 늑대: https://rtmodel.tistory.com/488
6. 크눌프: https://rtmodel.tistory.com/499
7. 로스할데: https://rtmodel.tistory.com/529
8.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https://rtmodel.tistory.com/579
9. 데미안: https://rtmodel.tistory.com/469
10. 유리알 유희: https://rtmodel.tistory.com/708
11. 요양객: https://rtmodel.tistory.com/826
12.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https://rtmodel.tistory.com/1430
13. 헤세로 가는 길: https://rtmodel.tistory.com/1552

#아르테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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