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은 지켜내는 것이다 자기를 평범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의 심리는 아마도 겸양일 것이다. 마치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사람처럼 자기를 낮추려는 의도일 것이다. 뭔가 특별하지 않은, 혹은 비범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평범함이라고 표현하는 것일 테다. 그런 당신에게 나는 묻고 싶다. 그 겸양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리고 평범함과 비범함의 경계는 무엇인가. 겸양은 미덕이다. 그러나 그 미덕을 자기중심적으로 사용할 땐 문제가 된다. 자기를 평범하다고 소개하는 사람의 심리 이면에는 자기 중심성이 있다. 겸양의 탈을 쓴 자기 중심성. 거짓겸손이라고도 부른다. 그들이 평범하다고 말하는 것은 선수를 치는 효과를 낸다. 그들을 진짜 평범한 사람으로 대하면 아마 그 누구보다도 자기를 무시한다고 성을 낼 것이다. 즉,..
돌연변이 아름다움 한가운데 있을 땐 아름다움이 좀처럼 느껴지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일탈은 환기다. 나는 인간이 혼자서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이러한 연장선에서 깨닫는다. 말하자면 다름과 다양성에 노출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수용하거나 그것과 적절한 선에서 유지할 줄 아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 이 지난한 과정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열쇠라는 생각이다. 타자를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 성찰은 주로 혼자 있을 때 주로 진행되지만, 이때의 ‘혼자 있을 때’라는 표현은 고요한 시간을 말하는 것이지 고립되는 상황을 일컫는 게 아니다. 타자는 나에게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축복의 유일한 통로이기도 한 것이다. 타자를 통해 나를 본다는 것은 타자가 단순한 거울 역할을 한다는 말을 뛰어넘는다. 그 거울은 외면이 아..
단순함 단순함은 종종 하나의 미덕으로 추앙받는다. 특히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으로 고민과 갈등 가운데 갈팡지팡 하고 있거나 고민과 갈등 자체를 혐오하거나 정면승부를 피하고 언제나 도망 다니는 사람들로부터 그렇다. 단순함이 그들에겐 구원이자 가장 쉽고 편한 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과연 그 답이 그들에게 진정 답이 될까 싶은 생각이 든다. 오히려 그들의 성장과 성숙을 놓치게 만들고 생각할 힘을 가지지 못하게 만들며 옹졸하고 편협하게 만드는 지름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크루테이프가 가장 칭찬할 만한 환자의 부류가 아닐까 싶다. 그 답을 얻는 순간은 어쩌면 한 사람이 반드시 거쳐야 할 훈련을 거치지 않은 채 미성숙하고 나약하고 고집스러운 사람으로 변모하는 변곡점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말하자면 인생의..
결핍을 머금은 평범하고 충만한 삶 장일 저, ‘결핍의 위로’를 읽고 장일은 목사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빠다. 그리고 희귀 질환인 크론병 환자다. 그렇다면 이 책은 목사의 이야기일까, 남편이자 아빠의 이야기일까, 아니면 크론병 환자의 이야기일까. 버스를 오가면서 읽다가 마지막 책장을 덮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답을 내리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 이 책은 ‘한 사람’의 이야기이구나. 직업이 목사일 뿐 이 책은 목회 관련 에피소드도 설교집도 아니다. 저자는 남편이자 아빠이지만 이 책은 부부관계나 육아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리고 저자는 크론병 환자이지만 어떤 아픔을 가진 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두 가지 유형에 빠지지 않는다. 즉, 그 아픔에 구속되지도 않고 그것을 훈장처럼 여기지도 않는다..
침묵 중에 임재하시는 하나님의 위로와 치유 크리스토퍼 라이트 저, ‘회복하시는 하나님’을 읽고 이 책의 부제는 ‘성경 속 7인을 통해 듣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성경이라는 드라마 속에서 상상력을 통해 눈물과 탄식 가운데 있었던 7명의 성경 인물들을 만나고 그들의 내러티브 속으로 들어가 하나님이 우리에게 하시고자 하셨던 말씀을, 성경 중에서도 가장 어두운 가운데 쓰인 예레미야애가를 우리에게 주셨던 이유의 연장선에서, 들어보자고 요청한다. 코로나로 흉흉했던 시대를 함께 지내온 크리스토퍼 라이트를 통해 들려진 하나님의 음성으로 나는 이 책을 읽었다. 이 글은 저자가 선택한 7명의 인물과 그에 따른 소주제에 따른 나의 짧은 감상들로 대신한다. 1. 아브라함, 시험하시는 하나님과 함께 걷..
변화 적당한 체념은 삶을 가볍게 한다. 제한된 시간과 유한한 능력을 깨닫는 것은, 그리고 그것에 맞추어 삶을 재정비하는 것은 분별과 지혜의 영역에 속하는 일이다. 말하자면 무엇이 선택되고 우선순위를 차지하는지가 관건이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게으름을 감춘 습관에게 우선순위를 내어줄 것인지, 길들이기 힘들지라도 나를 끊임없이 갱신해 나가는 도전들에게 우선순위를 허락할 것인지 잘 분별해야 한다. 그리고 분별에 그치지 않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질 때마다 가장 발목을 잡는 것은 어느새 내 일상에 둥지를 틀어버린 작은 악습관들이다. 하나둘, 야금야금 내 빈 시간을 갉아먹는, 마치 낙숫물과 같은 습관들. 가만히 놔뒀다간 끝내 내 일상을 뚫고 내 영혼 안으로까지 침투할지도 모른다. 결단이 필요할..
그래도 계속되는 삶, 기꺼이 끌어안는 삶 켄트 하루프 저, ‘축복 (Benediction)’을 읽고 밤 11시. 모두가 잠자리에 든 이 시간. 나는 언제나처럼 조그만 내 책상에 앉아 스탠드 불빛에 의지하여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멀리서 기차 소리와 차 소리가 들리고, 가까이에선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늘 우리 주위에 있지만, 귀 기울이지 않으면 좀처럼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다. 우리의 일상을 이루는 소리들. 나의 일상도 다르지 않다. 때론 진부하게 느낄 정도로 지극히 평범하다. 그러나 종종 이 평범함이 다름 아닌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면 어느새 내 마음은 감사로 가득 차게 되고, 감겼는지도 모르고 있던 내 내면의 눈이 열려 나를 돌아보게 된다. 깨어나는 순간이다. 영점이 재조정되는 순간..
세 번째 저서: 생물학자의 신앙고백 출판사 대표님과 잠깐 통화했다. 책이 저자와 편집자 손을 떠나 인쇄소로 넘어갈 때의 그 복잡 미묘한 심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빨리 출간되길 바라다가도 막상 인쇄가 된다고 하면 이를 어쩌나 싶어 발을 동동 굴리게 되는 이 알 수 없는 마음. 어쨌거나 마감된 원고는 인쇄소로 넘어갔다. 이제 책의 운명은 저자와 출판사의 손을 떠났다. 어쩌다 보니 벌써 세 번째 저서다. 평생 책 한 권 써볼 수 있을까 하면서 미국에서 혼자 묵묵히 읽기와 쓰기에 침잠하던 내게 어느 날 먼저 손을 내밀어 주신 분이 선율 출판사 이재원 대표님이다. 2019년 12월, 잠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시간을 내어 직접 차를 끌고 대전으로 아무것도 아닌 나를 만나러 오셨다. 과학과 신앙에 대한 책에 ..
말과 글 들려진 말과 쓰인 글을 통해 알려진 모습이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믿는 순간, 말과 글은 존재 가치를 잃게 됩니다. 말과 글은 나를 문자로 표현하는 도구입니다. 내가 아닌 것들을 만들어내는 역할은 애초부터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말과 글에 능한 자’라는 이 축복된 말이 ‘거짓과 위선에 능한 자’로 여겨지곤 할 때마다 저는 가슴이 아픕니다. 말과 글로 자신을 과대포장하고 거짓증폭시키는 자들은 백이면 백 자기중심적입니다. 타자를 배려하는 척할 뿐, 실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고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타자에게 각인시키려는 행위를 지속할 뿐입니다. 자기 객관화는 말과 글의 보이지 않는 전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투명함과 진정성이 배제된 말과 글은 악할 뿐입니다. 타자와 자신마저 배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생물학자의 신앙고백 - 인간의 발생, 성숙, 노화 - 박대영 목사님의 추천사 마지막 추천사가 오늘 도착했다. 과학 전공 지식 없이 신학과 목회만 하신 분의 추천사도 꼭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목회자들에게도 이번 책은 교양지식이나 설교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학자로서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현실을 목사님들은 의미 있게 여기시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영광스럽게도 박대영 목사님이 추천사를 써주셨다. 바쁘신 일과 속에서도 꼼꼼히 읽어주셔서, 그리고 정말 멋진 추천사를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문과 남자가 난생 처음 과학책을 완독하게 했으니 참 장한 책입니다. 나는 본서에 라는 부제를 달고 싶습니다. 나를 담은 몸을 모르고서 여태 살았으니 제대로 살았나 ..
생물학자의 신앙고백 - 인간의 발생, 성숙, 노화 - 백우인 작가님의 추천사 과학과 신학과 문학까지 겸비하신 분이 추천사를 써주신다면 완벽하겠다 싶었다. 그런 사람이 어디 존재할까 싶었던 찰나 백우인 작가님이 생각났다. 생물학뿐 아니라 다른 영역의 과학에도 조예가 깊으시고, 종교철학 전공이신데다 목사 안수까지 받으셨고, 시와 평론까지 쓰시는 분이다. 저서도 세 권이나 된다. 역시 용기 내어 추천사를 부탁드렸고, 마침 관심 있는 분야라 하시면서 원고도 보지 않으시고 선뜻 수락해 주셨다. 추천사는 다음과 같다. 시 같은 평론 같은 추천사라 할 만하다. “인간은 인간 이전에 이 땅에 나타난 모든 존재의 끊임없이 지속되는 움직임과 변화의 결과다. 인간은 생명을 향해 약동하는 그들의 바람과 애씀의 열매다. 인간이..
생물학자의 신앙고백 - 인간의 발생, 성숙, 노화 - 오세조 목사님의 추천사 이번 책은 생물학과 기독교를 모두 담고 있기 때문에 이 두 영역을 두루 섭렵하신 분의 추천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팔복루터교회를 섬기고 계신 오세조 목사님이 적격이라 생각했고 용기 내어 추천사를 부탁드렸다. 역시 원고도 보지 않으시고 승낙해주셨다. 참 감사했다. 은혜라 생각한다. 추천사는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인 과학자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과학과 신앙에 관한 책을 읽어 보면, 과학 이야기도 아니고 신앙 이야기도 아닌 경우가 꽤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의 추천사 의뢰가 왔을 때 주저함 없이 승낙했다. 이전에 출판된 저자의 책을 재미있고 진지하게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저자가 실험생물학자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자의 신앙고백 - 인간의 발생, 성숙, 노화 - 김대수 교수님의 추천사 약 3주 뒤에 출간될 세 번째 저서에 대한 추천사를 거의 다 받았다. 원고를 보지도 않고 나의 부탁만으로 모두 추천사를 흔쾌히 써주시겠다고 하셔서 감동이었다. 내가 그래도 허투루 살지 않은 것 같아서, 신뢰하지 못할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 책 출간 전에 미리 감사한 마음이었다. 아, 그렇지, 이렇게 추천사를 받는 것뿐만 아니라 이렇게 책을 출간하는 것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은혜였지, 하는 첫 마음이 회복되어 무엇보다 감사했다. 그리스도인이자 생물학자인 분들이 의외로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사실을 이번에 다시 실감했다. 아주 옛날에 포항에서 얼굴로만 알고 있던, 현재 카이스트에 재직 중이신 김대수 교수님께 추천사를 의뢰했었다. ..
생물학자의 신앙고백 - 인간의 발생, 성숙, 노화 - 정한욱 선생님의 추천사 어쩌다 보니 세 번째 저서의 1교가 끝났다. 초고 완성에 걸린 시간은 가장 길었는데, 완성 후 출간까지 걸리는 시간은 가장 짧은 것 같다. 예정된 출간일이 약 3주 뒤이니 초고 완성 후 약 두 달 만에 책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첫 저서의 제목은 ‘과학자의 신앙공부’였다. 이번 책은 그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바뀐 제목 ‘생물학자의 신앙고백’만 봐도 차이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가 아닌 생물학자인 이유는 나의 직업을 좀 더 구체적으로 기술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신앙공부가 아닌 신앙고백인 이유는 공부를 넘어서 고백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담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묻도 따지고 답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공..
**#김영웅의책과일상 으로 쓰인 300번째 감상문입니다** 위로와 치유: 애도의 객체가 애도의 주체에게 가져다준 선물 시몬 드 보부아르 저, ‘아주 편안한 죽음’을 읽고 ‘제2의 성’의 저자, 페미니즘 투사, 윤리적 실존주의 철학자 등의 굵직굵직한 타이틀보다 장 폴 사르트르의 연인으로 더 알려졌던 시몬 드 보부아르. 그녀는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였던 사르트르에 이어 2등으로 프랑스 철학 교수 자격 시험에 합격하면서 사상 최연소 합격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천재 철학자였다. 사르트르라는 거대한 존재에 가려져 본인의 철학적 정체성마저 사람들에게 잊히기 일쑤였던 그녀는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과 다른 실존주의 철학을 발전시킨 위대한 사상가였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존재 자체가 모순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와 한계를 생각하며 C. S. 루이스 저, ‘인간 폐지’를 읽고 나이아가라 폭포나 그랜드 캐년을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앞에 서서 비슷한 인상을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엄하다, 웅장하다, 압도적이다, 등의 표현은 제각기 다를 수 있겠지만, 실로 거대한 자연 앞에서 자신을 개미와 같이 작은 존재로 인지하게 되는 건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인 현상이 아닐까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타나 장엄한 자연을 보고 경탄하는 여러분에게 ‘그건 자연이 장엄한 게 아니라 실은 그렇게 느끼는 당신의 주관적인 느낌일 뿐이다’라고 말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요? 이 질문은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입니다. 이 책은 루이스의 변증서로써 ‘순전한 기독교’의 1부 ..
결국 다시 사랑하는 책으로 오경철 저, ‘편집 후기’를 읽고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편집자의 일이 궁금했기 때문은 아니다. 물론 애정하고 신뢰하는 신형철의 추천사도 한몫을 했겠지만, 무엇보다 부제, ‘결국 책을 사랑하는 일’이 내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절반쯤 읽었을 때 알았다. 약간의 판단 착오가 있었다는 것을. 그 착오는 두 가지였다. 첫째, 이 부제의 강세는 ‘책을 사랑하는 일’에 있지 않고 ‘결국’에 있다는 것. 둘째, ‘책을 사랑하는 일’은 ‘책 읽기를 사랑하는 일’과 다르다는 것. ‘책’은 ‘책 읽기’를 넘어서는 개념이었다. ‘책 읽기’는 ‘책’이라는 물건을 사랑하는 마지막 행위에 불과했던 것이다. 책은 읽히기 전에 기획되어야 하고, 저자에 의해 쓰인 원고를 편집하는 일련의 지난..
책 읽기와 책 읽는 습관 "딱히 할 일이 없을 땐 책이나 읽자." 말하긴 쉬워도 행하긴 어려운 일이다. 책 읽는 행위가 어렵다는 게 아니다. 책 읽는 습관 들이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저 위의 문장은 독서하라는 가벼운 요청을 넘어선다. 독서하는 습관을 들이라는 무거운 제안이다. 버스를 타고 다니다 보니 사람들이 빈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관찰할 수 있다. 열 명 중 넷은 동영상을 시청한다. 둘은 게임을 한다. 주로 십 대에서 이십 대 아이들이다. 다른 둘은 목적 없이 이 앱 저 앱 정신없이 오가며 무엇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분주하다. 나머지 둘은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멍 때리고 있다. 주로 어르신들이다. 나처럼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지난 8개월 버스 생활 중 딱 한 명 본 적이 있다. ..
가장 순정적인, 도스토옙스키의 초기작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저, ‘백야’를 읽고 지금까지 읽어왔던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중 가장 순정적이고, 가장 신파조에 가까울 정도로 통속적이며, 가장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답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평이한 소설이 아닌가 한다. 왜 그런고 해서 찾아보니, 이 작품은 도스토옙스키의 초기작에 속하기 때문이었다. 1845년, 도스토옙스키가 24세가 되던 해에 대대적으로 성공을 거두며 자신의 이름을 러시아 전역에 알리게 되는 작품 ‘가난한 사람들’이 발표되었고, 이 작품 ‘백야’는 1848년에 발표되었으니, 첫 소설 이후 3년 만에 쓰인 소설인 셈이다. 또한 도스토옙스키의 시베리아 유형 시절이 시작되기 직전이었으니, 우리에게 알려진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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